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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의 비밀
* 그냥 범균우진.. 아무 내용 없고.. 아무말.. * No Alien Alternate Universe 김우진은, 김범균을 사랑하지 않는다. 김범균 또한 김우진을 사랑하지 않기는 매한가지다. 김우진이 사랑하는 것은 김범균이 아닌 그의 쌍둥이 형이었고 김범균이 사랑하는 것은 그의 쌍둥이 동생이다. 그들이 그들의 아버지와 할머니를 사랑했듯. 그들의 관계는 딱 거기, 형제 사이의 우애에서 그쳤다. ―그친다고 생각했다. 현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김범균이 낯설다. 특히나 얼굴선은 기억보다 한참은 날카롭다. 소년원에서의 2년과 그 뒤로 자신은 모르는 몇 달의 삶이 김범균에게 만들어준 선일 터였다. 김우진의 얼굴에서 젖살이 빠지고, 운동을 하면서 얼굴 전체의 곡선이 부분의 곡선으로 대체되었듯, 김우진이 보지 ..
※ 써클 12화 이후 언젠가의 배경 ※ 빵집하는 김준혁과 대학 다니는 김우진. 하루는 24시간이고, 그 24시간은 꼬리를 물고 반복되므로, 모두에게는 하루가 언제 시작될지 정할 권리가 있다. 그건 제빵사 김준혁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이야기였다.김준혁이 일어나는 시간은 오전 6시다. 삐비비빅 울리는 알람에게 김준혁은 채 눈도 뜨지 않고 암호를 웅얼거린다. 우진이. 김우진. 곧 진동을 분석해 김준혁이 충분히 일어났다고 판단되자 알람이 꺼지고, 자기가 1분 내에 침대에서 나오지 않으면 저 알람이 얼마나 시끄러워질 수 있는지 잘 아는 김준혁은 꾸물꾸물 침대를 기어 나온다. 가볍게 얼굴에 물을 끼얹고 나면, 본격적인 아침 준비가 시작된다. 오전 6시 30분. 샤워를 마치고 흰색 셔츠에 청바지 같은, 딱 이십 ..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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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24 쩜오어워드에서 배포한 글입니다/ 이 산에는 범이 산다. 토우가 산 밑 주막에 도착했을 때, 주막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 산에는 범이 산다고. 그러니 지금 넘어서는 안 된다고. 토우는 주막에 들려 배만 채우고 금방 산을 넘어갈 생각이었으나, 마을 주민들은 그를 앉혀놓고 도통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적지가 이제 코앞인데. 시간이 없었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간 저 위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걸음이 죄 헛걸음이 되는 판이었다. 그러니 토우가 사람들의 충고를 들을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주모가 내온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켠 입에서 나오는 것은 짜증이 가득 담긴 말이다. 범? 이 산에 범이 있단 말인가? 말과 동시에 터져나가는 웃음은 삼척동자라도 눈치..
당신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 나는 입학 대신 취직을 했다. 천 팀장은 어떻게든 내가 당신과 엮이도록 만들게 할 요량이었다는 걸, 나는 입학과 취직을 세 번쯤 반복해서야 깨달았다. 천 팀장이 당신을 잡을 생각을 한 순간부터 나는 당신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당신의 죽음을 마주하고 나면 나는 늘 당신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 시간에서 깨어나곤 했다. 당신을 만나면서부터 시간은 흐르기 시작한다. 세부적인 것들은 자주 바뀌곤 했지만 끝은 한결 같았다. 당신은 내 밑에서 발버둥을 치며 죽음에 이르거나, 당신 스스로 당신의 머리를 총으로 겨눈다. 당신의 죽음은 전부 내게서 기인한 것이었다. 무수한 기회 속에서, 당신은 한 번도 나의 어머니를 죽이지 않는 것을 택한 적이..
상처는. 상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한 자는 훌쩍 넘을 얇고 기다란 자상(刺傷)은 혼의 무릎 옆쪽에서부터 시작해 혼의 허벅지 가장 안쪽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의 진하기는 계속해서 변했으나, 상처가 사라진 적은 지난 임진년 이후로 7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상처가 깊다는 뜻이 아니었다. 혼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상처가 새하얗게 아물어갈 때 즈음이면 혼은 직접 허벅지를 길게 그었다. 근래 들어서는 아비라는 작자가 내린 칼로. 그 전에, 전쟁 통에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날이 선 돌멩이로. 날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스멀스멀 피가 배어나왔다. 몸 안에 살던 벌레 수십, 수만 마리가 기어나가는 것만 같다고, 상처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순간의 혼은 생각했다. 생동하던 벌레들의 몸이..
/이금학 역으로 시카고타자기의 서휘영을 생각하며 쓰여진 글입니다/ “오랜만이야, 조현수.” 목소리는 처음에 익숙하지 않게 다가왔지만, 현수는 이내 그 목소리의 주인을 알 수 있었다. 시뻘겋던 태양은 어느새 움직이고, 또 움직여 파란 하늘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처음 만났을 때와 꼭 같은 상황이었다. 그는 싸움에 지쳐서 바닥에 쓰러져 있고, 남자―금학은 그에게 손을 내민다. 마치 현수가 그 손을 잡고 일어나면, 완전히 다른 곳에 데려다 주기라도 할 것처럼. [이금학 X 조현수] 꼬리와 꼬리 금학파, 혹은 속칭 금학이네는 오래전으로 거슬러 간다면 서울 동해파 산하의 인천 지부였으나, 그 몇 년 되지 않아 동해파로부터 떨어져 나와 이제는 하나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인정받는 곳이었다. 그들은 주로 인천 항구에서 중..
쿵. 그건 느리게만 뛰던 한재호의 심장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그러고는 빠르게. 아주 빠르게. 쿵쿵쿵쿵. 처음 밥맛이 이상하다는 걸 느낀 그 순간마냥. 심장에라도 닿게 손가락에 목구멍을 집어넣어 먹던 모든 걸 뱉어내던 순간마냥. 그 애를 처음 본 순간부터 심장이 그렇게 뛰었다. 48년 인생, 처음 있는 일이었으나 한재호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었다. 한 눈에 반(反)했다. 그 짧은 시간에 주먹이 된 그 손을. 손가락을 하나하나 펴서 부숴버리고 싶다. 거기서 나오는 비명이 들리지 않도록 그 이전에 혀를 잘근잘근 씹어 먹고. 자그마한 몸집에 칼을, 총알을, 좆을, 전부 쑤셔넣고 싶다. 뭘 잘못했는지도 모른 채, 그저 잘못했다며 잘못했다며 자신 앞에서 무릎 꿇고 비는 그 무릎을 깨뜨리고 싶다. 눈물로 범벅이..
한재호의 생의 처음과 끝에는 숨을 막는 손이 있었다. 드물게 멀쩡한 정신이던 남자가 해준 이야기였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며, 한 번만 더 술을 마시면 그땐 정말 자길 내쫓아도 된다고. 남자는 그런 말들을 지껄인다. 일방적으로 맞기만 하던 여자는 남자와 대등하게 맞서 싸운다. 남자는 술이 들어가지 않으면, 그리하여 그가 폭력을 섬기고 있지 않으면 여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방문을 닫아 건 여자의 뒷모습을 보던 남자는 처음으로 남자가 패배한 모습을 목격한 아들을 무릎에 끌어다 앉힌다. 아들은 남자의 손길을 거부하려다가도, 이내 남자의 손이 지닌 파괴력을 되새기고는 남자에게 굴종한다. 다만 한재호는 웃을 줄을 몰랐다. 그의 환경이 그가 웃음을 잃게 했기 때문이 아니다. 그보단 한번도 웃음이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