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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3의 비밀
/170624 쩜오어워드에서 배포한 글입니다/ 이 산에는 범이 산다. 토우가 산 밑 주막에 도착했을 때, 주막에 있던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그렇게 이야기했다. 이 산에는 범이 산다고. 그러니 지금 넘어서는 안 된다고. 토우는 주막에 들려 배만 채우고 금방 산을 넘어갈 생각이었으나, 마을 주민들은 그를 앉혀놓고 도통 놓아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목적지가 이제 코앞인데. 시간이 없었다. 너무 늦게 도착했다간 저 위에서 여기까지 내려온 걸음이 죄 헛걸음이 되는 판이었다. 그러니 토우가 사람들의 충고를 들을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주모가 내온 막걸리를 한 사발 들이켠 입에서 나오는 것은 짜증이 가득 담긴 말이다. 범? 이 산에 범이 있단 말인가? 말과 동시에 터져나가는 웃음은 삼척동자라도 눈치..
상처는. 상처는 늘 그 자리에 있었다. 한 자는 훌쩍 넘을 얇고 기다란 자상(刺傷)은 혼의 무릎 옆쪽에서부터 시작해 혼의 허벅지 가장 안쪽으로 이어진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처의 진하기는 계속해서 변했으나, 상처가 사라진 적은 지난 임진년 이후로 7년 동안 단 한 번도 없었다. 상처가 깊다는 뜻이 아니었다. 혼의 의지에 따른 것이었다. 상처가 새하얗게 아물어갈 때 즈음이면 혼은 직접 허벅지를 길게 그었다. 근래 들어서는 아비라는 작자가 내린 칼로. 그 전에, 전쟁 통에 사정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날이 선 돌멩이로. 날이 지나간 자리에서는 스멀스멀 피가 배어나왔다. 몸 안에 살던 벌레 수십, 수만 마리가 기어나가는 것만 같다고, 상처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 순간의 혼은 생각했다. 생동하던 벌레들의 몸이..
토우는 순간의 욕심으로 광해를 물에 뛰어들게 한 것을 후회했다. 자신의 협박이 먹힐 것이라고 생각지도 않았거니와 옷을 다 입은 채로 뛰어들 거란 생각은 더더욱 하지 못했다. 물보다 호랑이를 한참 무서워하는 어린 왕세자의 의복이 다 젖고 말았다. 어린 모습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존귀하신 몸이 고뿔에라도 들까 걱정돼서. 보다 정확히는, 그 존귀하신 몸을 고뿔에 걸리게 한 죄로 참수라도 당할까 걱정돼서. 결국 간만에 좀 오랫동안 물에서 씻으려고 했던 토우는 몇 분이 되지 않아 물을 나왔다. 나오는 길에 한번 광해가 물에 빠질 뻔했는데, 토우는 그것이 자신의 잘못이라는 것을 쉽게 인정했지만 그 사과는 방금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왕세자의 마음을 풀기는커녕 그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덧붙인 말이 문제였다...